본문으로 건너뛰기

용어집

크레마

레벨 입문 읽기 2min

갓 내린 에스프레소 위에 앉는 적갈색 거품층. 미세한 커피 오일, 멜라노이딘, 용존 성분이 이루는 콜로이드 현탁액 속에 CO₂가 갇힌 것입니다. 크레마는 압력이 있어야만 생깁니다. 푸어오버와 침지식은 9 bar로 추출하지 않으니 크레마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왜 생기나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늘게 간 커피에 약 9 bar로 물을 밀어 넣습니다. 그 압력이 동시에 두 가지를 합니다. 아주 많은 성분을 빠르게 녹여내고(에스프레소가 필터의 1.3 %가 아니라 TDS 8~12 %인 이유입니다), 원두 내부에 녹아 있던 CO₂를 추출액 쪽으로 밀어냅니다. 에스프레소가 바스켓을 빠져나오며 압력이 떨어지면 그 기체가 용액에서 나와 미세한 거품이 됩니다. 그 거품을 커피 오일, 단백질, 멜라노이딘 같은 계면활성 성분이 붙들어 오래 가는 폼을 만듭니다.

오래된 원두는 안에 남은 CO₂가 적어 얇고 금세 꺼지는 크레마를 냅니다. 반대로 아주 신선한 원두(로스팅 후 5일 미만)는 크레마가 지나치게 많고, 기체가 요동치는 샷이 나와 딱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크레마가 알려주지 않는 것

흔한 미신 하나. 크레마가 두꺼우면 좋은 샷이다? 아닙니다. 크레마의 두께는 대부분 원두 신선도와 배전도의 함수입니다. 21일 지난 약배전으로 완벽하게 뽑은 샷의 크레마는 빈약할 수 있고, 5일 된 강배전 상업용 블렌드로 엉망으로 뽑은 샷이 두툼하고 근사한 왕관을 쓸 수 있습니다. 크레마를 보고 알 수 있는 건 원두의 기체 상태이지 잔의 품질이 아닙니다.

크레마가 실제로 쓸모 있는 지점은 추출 중의 시각 신호입니다. 고르고 천천히 흐르는 크레마는 고른 추출, 줄이 지고 얼룩진 크레마는 채널링입니다. 줄의 색(흰색이면 과소추출, 짙은 갈색이면 과다추출)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필터 커피에서 크레마는 무의미합니다. 생기지 않으니까요. 개념상 사촌은 뜸입니다. 같은 기체가 빠져나오는 일이고, 다만 잔이 아니라 기구 안으로 나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