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적힌 로스팅 날짜는 그 봉지에 인쇄된 숫자 중 가장 쓸모 있는 숫자입니다. 커피의 맛은 일생의 어느 시기보다 첫 한 달 동안 가장 크게 변합니다. 최근에 볶은 것을 사서 제대로 보관하는 것이 커피에 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업그레이드입니다.
가스 배출 곡선
볶은 커피는 로스팅 후 몇 주에 걸쳐 CO₂를 내보냅니다. 곡선의 모양은 어느 커피나 대체로 비슷하지만, 시점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 로스팅 후 0~3일: 가스 배출이 격렬합니다. 원두에서 쉭쉭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뜸이 과하게 부풀고, 잔은 뒤엉킨 맛이 나며 레시피가 통하지 않습니다. 물과 가스가 베드에서 서로 싸우고 있으니까요. 휴지는 선택이 아닙니다. 봉지를 열지 마세요.
- 4~7일: 쓸 수는 있지만 들쭉날쭉합니다. 라이트 로스트는 아직 안 열린 경우가 많고, 미디엄은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 7~14일: 미디엄 로스트의 절정 구간입니다. 단맛과 균형이 가장 크게 울립니다. 레시피가 예측대로 움직입니다.
- 10~21일: 라이트 로스트의 절정 구간입니다. 밀도가 높아 "열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라이트 로스트는 첫 주에 닫혀 있다가 12일 이후에 맑게 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30일 이후: 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산미가 먼저 평평해지고 그다음이 단맛입니다. 쓴맛이 가장 늦게까지 남습니다.
- 60일 이후: 묵었습니다. 마실 수는 있지만 즐길 수는 없습니다.
봉지를 여는 순간 곡선이 훨씬 가팔라집니다. 뜯지 않은 14일 차 봉지는 방금 연 봉지처럼 맛이 날 수 있습니다. 같은 봉지를 4일 차에 열어 대충 닫아 두면 14일 차에 이미 지쳐 있습니다.
언제 봉지를 열까
싱글 오리진 라이트 로스트라면 7일에서 10일 사이를 노리세요. 미디엄 로스트는 5~7일입니다. 레시피가 통하려면 CO₂가 어느 정도 빠져야 하지만, 절정 구간의 대부분은 아직 앞에 남아 있는 편이 좋습니다.
못 참고 1일 차에 열었다면 그대로 내려도 됩니다. 다만 처음 몇 잔은 일정하지 않을 걸 각오하세요. 레시피 탓이 아닙니다.
보관법, 좋은 순서대로
커피를 얼마나 잘 지켜 주는지를 기준으로 대략 이런 순서입니다.
- 원웨이 밸브가 달린 원래 봉지를 밀봉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밸브는 CO₂를 내보내면서 산소는 들이지 않습니다. 스페셜티 로스터리가 쓰는 봉지이고, 집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안 대부분보다 낫습니다. 꽉 닫기만 하면 됩니다.
- 소분해서 밀봉 냉동. 하루치나 일주일치로 나눠 진공 포장하거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둡니다. 냉동은 노화를 거의 완전히 멈춥니다. 필요한 만큼 꺼내 결로가 생기지 않게 상온에서 5~10분 두었다가 갈아서 내리면 됩니다. 존재하는 장기 보관법 중 가장 깔끔합니다.
- 고무 패킹이 달린 유리·도기 밀폐 용기. 괜찮습니다. 열린 봉지보다는 낫고 밸브 봉지보다는 못합니다. 어두운 곳에 두세요.
- 봉지를 열어 집게로 집거나 말아 두기. 나쁘지만 아주 흔합니다. 이렇게 2주면 커피는 절정의 대부분을 잃습니다.
- 냉장실. 하지 마세요. 냉장고의 습기가 봉지 안으로 옮겨 와 향을 무디게 만듭니다. 온도는 노화를 멈출 만큼 낮지도 않습니다.
네 가지 적
커피가 묵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 산소: 향을 실어 나르는 지질을 산화시킵니다. 가장 큰 요인입니다.
- 습기: 산화를 앞당기고 향 성분을 끌어냅니다.
- 열: 모든 반응을 가속합니다. 가스레인지 옆 조리대에 둔 봉지는 찬장에 둔 봉지보다 빨리 늙습니다.
- 빛: 향 성분을 직접 분해합니다. 볕 드는 선반의 투명한 유리병이 최악입니다.
서늘하고, 어둡고, 건조하고, 밀봉. 넷 중 셋만 챙겨도 괜찮습니다. 하나도 못 챙기면 로스팅이 아무리 훌륭했어도 14일이면 커피가 지칩니다.
사는 주기
250g 한 봉지는 하루 한 잔 기준으로 대략 2주 분량입니다. 10~14일에 한 봉지를 비울 수 있다면 매주나 격주로 사는 것만으로 냉동 관리 없이 절정 구간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덜 자주 내린다면 작은 봉지를 사거나 소분해서 얼리세요.
그램당 값이 싸다고 1kg을 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절반이 묵어 버리는 순간 그 계산은 더 이상 싸지 않습니다.
절정이 지났는지 알아보는 법
신호는 셋입니다.
- 뜸이 납작합니다. 거품도 없고 부풀지도 않습니다. CO₂가 이미 다 빠졌습니다.
- 잔의 향이 죽어 있습니다. 늘 쓰던 레시피인데도요. 커피가 자기 맛이 아니라 기구 맛이 납니다.
- 산미가 떨어졌는데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없습니다. 잔은 둥글어졌지만 동시에 흐릿해졌습니다.
셋 중 둘이 해당한다면 절정은 지났습니다. 내려 마셔도 되지만(마실 만은 합니다), 분쇄도를 맞추거나 새 기법을 평가하는 데는 쓰지 마세요. 그 일에는 신선한 봉지를 쓰세요.